어느 새 2020년이 되었다. 해가 바뀌기 전에 남들 다 하는 회고를 못했다고 딱히 아쉽지는 않지만, 한 번 정리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과 같은 형태로 회고를 작성해본다.
1. Work - 무슨 일을 했나
2. Study - 무엇을 익혔나
3. Good - 뭘 잘했나
4. Bad - 뭘 못했나
5. Goal - 내년엔 무엇을 해볼까
Work - 무슨 일을 했나
작년 중순에 프로토파이를 만드는 스튜디오씨드 코리아로 이직을 하고 나서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그리 길지 않은 개발자 경력 중에서 이제 이 회사가 제일 오래 다닌 회사가 되었다. 올해 초부터 가열차게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토파이 팀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마라톤을 했다. 처음 계획했던 것 보다 몇 달이나 늦게 제품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잘 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아 지금도 계속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기술자로서, 팀원으로서.
애플리케이션 내부적으로 큼지막하게 해낸 일이 있다면 필요한 만큼 컴포넌트를 React Hooks(이하 훅) 기반으로 교체하는 것과, 상태 스토어의 설계를 1차로 개편했던 것이었다. 훅은 처음 나오고 나서 바로 적용하진 않았지만, API 사용법에 익숙해지고 나서 여러모로 코드 가독성과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컴포넌트를 변경하여 이제 80~90%의 컴포넌트는 훅 기반으로 변경되었다. 상태 스토어는 여전히 mobx-state-tree
기반이지만, 간단하게 적용 가능한 상태에는 Context API를 사용하고 있다. 훅 덕분에 사용하기 많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언젠가 mobx-state-tree
가 아니라 다른 방식을 사용하여 상태 관리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대안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팀 단위로 프론트엔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해 올 한해는 거의 혼자 프론트엔드 개발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같이 개발한 분들도 계셨지만 어디까지나 치고 빠지기 정도라.. 그래도 내년에는 팀 규모가 조금이라도 더 커질 예정이기 때문에 “함께 자라기” 를 기대하고 있다.
혼자 꾸역꾸역 개발하면서 수정할 때 조금이라도 안전한 애플리케이션이 되도록 테스트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아직도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작성하는게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지 확신이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기존에 있는 코드에 새로운 기능을 붙이거나 수정하는 작업을 할 때 가능하면 Cypress 로 테스트를 붙이거나 반복되는 확인 작업을 테스트 코드 형식으로 작성하여 Cypress 를 보조 개발 브라우저처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약 2년 정도 된 것 같지만 매일매일 한 일을 업무일지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게 은근히 작성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작성하고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날그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는 하루에 작성하는 업무일지의 내용을 좀 더 간소화하고, 주에 한번 정도 리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려 한다.
Study - 무엇을 익혔나
- 단순히 “개발하는 사람” 에서 “제품을 함께 만드는 팀원” 이 되기 위한 자세의 아주 작은 부분을 익혔다고 생각한다. 이전엔 막연하게 ‘이래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성격 떄문인지 그다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업을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데 일부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혼자 고민하면서 조금은 방향을 찾았다. 어디까지나 방향만 찾은 것이라 일 잘하는 팀원이 되기까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오픈소스 생태계에 조금 더 발을 담그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실제로 엄청 대단한 기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왜 기여를 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전해보면 좋을 지 경험을 나누어볼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발표를 했다.
- 리액트 훅에 대해서 이것저것 공부하고 실무에 적용해봤다. 특히
useEffect
사용할 때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답답해서 직접 공부하는 동안 번역도 하고, 발표도 했다. - 위의 두 가지를 발표하기 위해 “개발자로서 발표하는 것” 에 대해 초심자라면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지 조금 감을 잡기도 했다. 원래 포스팅 할 예정이었는데 손을 놓고 있다보니 많이 미루어지고 있다.
- 하반기부터 알고리즘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딱히 이직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두뇌회전 및 비지니스 로직을 짜는데 알아두면 좋을만한 부분들이 가끔 알고리즘 관련 지식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꾸준히 조금씩 해두면 이자가 돌아오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UI 테스트를 작성하는 법에 대해 조금 독학을 하기도 했다. 아직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읽고난 후의 정리를 자세하게 하지 않으니 머리속에 잘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래도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에릭 마이어, 사라 와터 보에처 저)” 은 여러모로 인상깊었다.
- 십수년만에 피아노를 다시 하면서 개인 레슨을 8개월정도 꾸준히 받았다.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과 피아노를 연주할 때 계속 신경써야하는 운지법 등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도 더 꾸준히 배우고 싶다.
Good - 뭘 잘했나
- 위에서 바로 이어져 피아노를 다시 하길 잘했다.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내가 듣기 좋아하던 곡들을 직접 쳐보고자 도전한다는 것이 삶의 새로운 목표를 가져다 주는 기분이 들었다.
- 글로벌 전문 개발자(구 오픈프론티어)에 지원해서 활동해보길 잘했다. 야심찼던 처음 계획에 비해 보잘것 없는 활동을 하고 올해를 마감했지만, 첫 시도치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다시 한다면 어떤 프로젝트 기반으로 도전할지 더 깊이 고민해봐야겠다.
- 개발자로서 본격적인 발표를 해 보길 잘했다. 이전에 회사 사람들과 내부에서 작은 스터디를 할 때 정도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달에 두 번이나 해 버렸다. 발표 자체는 그리 긴장되지 않았지만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다음 발표는 더 잘 할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무엇으로 발표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stdout.fm 에 출연해본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원래 남들과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로 수다를 떠는 것은 좋아했지만, 그게 이렇게 매채 형태로 남아 전파될 수 있도록 녹음을 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막상 하려던 이야기의 절반정도밖에 못해서 아쉽다.
- 연말 장기 휴가를 쓰고 이사까지 한 것도 나름 의미있었다. 장기라고 해봤자 한달 가까이 쉰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공휴일 포함하여 대략 2주는 쉬고 있다. 그 중에 절반 정도는 이사 준비 및 이사 후 정리에 써버린 것 같지만, 아예 개발에 관련된 것은 손 떼고 원 없이 쉬고 게임하며 시간을 보냈다.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삶의 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약 3년동안 내 인생의 챕터 하나를 이루었던 거주지를 벗어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Bad - 뭘 못했나
- 작년 회고를 봤을 때 ‘못했다’ 는 부분이 좀 겹치는게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겨울철에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것이다. 어차피 ‘살기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뒤늦게나마 장안의 화제 “링 피트 어드벤처” 를 일정 주기로 계속 할 정도의 버릇은 들였다. 계속 하게 된다면 내년에는 체력적으로 더 나은 상태가 되지 않을까. 체력 문제 뿐 아니라 위장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에 식사 기록이라도 하면서 철저히 음식을 가려 먹어보려 한다.
- 온라인에서 나름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지식 전파 활동을 하려는 것과 다르게, 나 개인의 삶은 굉장히 단조롭고 고독하다. 커뮤니티 활동에 아주 많은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 독서량과 학습량도 조금 더 떨어졌다. 꾸준히 작성해오던 월간 배움 정리(This Month I Learned)도 11, 12월에 결국 올리지 못했다. 정리한게 있었지만 리뷰하고 글로 작성할 의지가 부족했다. 독서량은 더 절망적인데, 지속적으로 꾸준히 독서를 하면서 배움을 쌓아놓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기 좋아하는 편에 비해 그리 뛰어나게 활용하진 못했다. 특히 노션. 개인용 노션은 그냥 업무일지 작성용으로만 쓰고 있다.
Goal - 내년엔 무엇을 해볼까
- 더 좋은 팀원이 되고싶다. 잘 협력하고, 잘 이끌어주고, 잘 배우고, 잘 만들고 싶다.
-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개발자 뿐 아니라 동호회, 지역 모임 등. 근데 그러려면 내가 집 밖을 나와야한다. 그래서 아주 어려운 목표다.
- 심신을 더 던련해보고 싶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만한 일에는 받지 않는다던가, 예전엔 금방 지칠만한 상태에서 덜 지친다던가.
- 몇 년째 스타벅스 플래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써 보기로 했다. 대부분 디지털화하여 기록하고 있는 데다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아주 적기 때문에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 모든 것을 종합하여 하루하루 잘 살고 싶다. 잠들려고 누웠을 때 그 날에 대한 후회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