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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표를 준비하는 개발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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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원래 두어달 전에 썼어야 할 글이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오늘 마음을 가다듬고 글을 써 봅니다. 개발자로서 발표를 하게 될 기회가 한 번쯤은 올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럴 기회를 잡으면 좋습니다. 많은 청중이 있는 커다란 이벤트의 연사자를 노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표를 하게 되는 장소는 다양합니다. 그룹 스터디에서 발제를 맡을 때나, 어떤 이벤트의 라이트닝 토크에 나설 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 등 떠밀려 발표를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발표 할 기회를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게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남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몇 배나 어렵습니다. 따라서 발표 준비를 하면서 더 깊이 알아가거나, 더 잘 정리하게 됩니다.
  2. 알지 못하고 있는 내용을 직접 습득하기 위한 계기가 된다: 아직 잘 알고 있진 못하지만, 특정 내용으로 발표를 하게 되고, 그 발표 준비를 하면서 단기간에 많은 학습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준비를 잘 못할 경우 좋지 못한 발표가 됩니다.
  3.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 반드시 슬라이드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발표를 들은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준비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4. (자신이 무대 울렁증이 있다면)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가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섭고 이를 극복하고 싶다면 연단에 올라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발표를 자주 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온 분들이 발표 자리를 얻었다고 준비를 뚝딱 하고, 좋은 내용으로 발표를 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발표에 이골이 난 분들은 20분 짜리 발표에 20시간은 쓰면서 발표에 익숙해진 분들이었습니다.

저는 사범대를 나와서 남들보다 발표 준비(수업 준비)를 몇 번 더 해본 정도에 불과했고, 회사 내부 발표를 제외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발표는 작년 11월에 딱 두 번 해봤습니다. 다행히도 어떤 발표에서는 사전 리허설 과정이 있어서 행사 운영진에게 제 발표의 피드백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얻었던 유용한 조언과 제가 실제로 발표를 준비해보면서 “다음번에는 이렇게 준비해보면 더 괜찮겠다” 싶은 내용을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발표 슬라이드를 뭘로 만들까?

아직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도구가 없다면 slides.com 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게 아니라면 키노트나 파워포인트,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하여 발표 준비를 할 수도 있겠죠. slides.com 으로 슬라이드를 만들 때 제가 생각하는 장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발표 내용을 어떻게 슬라이드로 옮길까?

먼저 발표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깊게 학습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신이 머리속에 적당히 알고 있기만 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쉽게 알아듣도록 설명하려면 그 내용을 훨씬 자세히 알고 있어야 다른 사람을 위한 언어로 표현하기 쉬워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바둑이나 장기 두는데 옆자리에서 “에이 그것도 몰라?” 하면서 훈수는 두는데 “왜 그런지” 를 설명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애플 경영진이 나서서 하는 키노트처럼 내용이 적은 슬라이드를 두고 많은 말을 쏟아내는 방식의 발표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간단명료하게 내용을 정리하여 슬라이드를 만들고, 부연 설명을 내가 직접 많이 해 보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발표 성격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할 것을 권합니다. 어떤 발표는 발표 내용을 인터넷에 공유할 때도 있을 텐데, 슬라이드만 본 사람들은 그 발표 내용을 이해하기 굉장히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가 이 슬라이드만 공유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발표 내용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발표를 직접 들었던 사람들도 슬라이드 내용을 다시 봤을 때 충분히 내용을 떠올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 슬라이드에 너무 많은 내용을 우겨넣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슬라이드의 수가 많아진다 하더라도 내용을 잘게 쪼개어 표현하면 가독성이 많이 올라갑니다. 만약 슬라이드 사이사이 밈(meme, 짤방이나 드립 등)을 넣고 싶다면, 그 밈이 청중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발표장에서 어떤 스크린/프로젝터를 사용하여 발표하게 될 지 미리 정보를 얻고, 그 크기에 맞는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스크린이 4:3 비율일 수도 있고 16:9 비율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발표 슬라이드를 다 만들었으니 발표 준비는 끝?

당연히 그럴 리가 없겠죠.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 외워버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시라면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발표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연습하면서 본인이 말하는 발표 내용을 녹화하거나 녹음한 뒤, 발표 시간에 잘 맞추었는지, 청중의 입장에서 이 내용이 잘 이해가 되는지 생각해보세요.

슬라이드를 만드는 방법 부분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만약에 라이브 코딩을 생각하고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실제 발표장에서는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라이브 코딩하는 화면을 녹화하고, 그 영상을 슬라이드에 첨부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나면 라이브 코딩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소모되거나, 정보 전달이 안되는데 비해 미리 찍어둔 영상은 정확히 동영상 길이 만큼 재생되고 끝날테니까요.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했지만, 무대 울렁증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더 많은 연습을 하여 “내가 외운 것을 공터에서 읊는다” 라는 생각으로 발표에 도전해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발표 내용을 많이 연습할수록 임기응변에 대처하기 쉬워집니다. 발표 당일날 다양한 요인으로 발표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고, 너무 빨리 발표가 끝나버릴 것 같은 상황이 오는데, 어떤 부분을 어떻게 조절하여 남은 발표를 잘 마칠 수 있는지는 열심히 연습한 발표자 본인만이 알 수 있습니다.

발표 당일이 되면?

가능하면 발표 시작 전에 발표 장소에 충분히 일찍 도착하여 리허설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발표 장비를 가져왔다면 프레젠터나 스크린에 연결하여 제대로 표시가 되는지, 글씨가 생각보다 너무 작지 않은지, 조명과 배경색이 어울리는지 등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원하는대로 발표 진행이 어려울만한 요소가 있다면 재빨리 행사 운영진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저의 예를 들자면 작년 GDG 웹테크 발표 때 호기롭게 아이패드 프로에 USB-C 허브만 들고 갔는데 스크린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재빨리 PDF 로 출력한 다음 행사 운영진의 랩탑으로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나머지는 담담히 차례를 기다렸다가 열심히 준비하셨던 발표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쏟아내고 연단을 내려오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발표를 마친 후

회사 내부 발표라던가, 발표하는 곳에서 발표를 공개하면 안된다는 조항 등이 있다면 보통 이 시점에서 모든 여정이 끝이 나겠지만, 자신이 열심히 준비한 발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면 다른 곳에도 공유를 하는 것이 좋겠지요.

보통 SlideShare, Speakerdeck 같은 서비스에 슬라이드를 공유합니다. Speakerdeck 은 한글로 된 파일명을 업로드할 때 제대로 되지 않는 오류가 있었는데, 지금은 고쳐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파일명을 영어로 하셔서 올려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이 글은 “발표를 꼭 해라” 라고 강조하는 글은 아닙니다. 발표를 준비하고, 발표를 하면서 몇 가지 유용한 점이 있다는 것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더욱이 준비한 만큼 후회 없는 발표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가 난생 처음 연사자로 참여할 기회가 있을 때 이 글이 발표를 준비하는 험난한 여정에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